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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몸캠 피싱을 목격한 후기(보는 사람도 피해자다. 하지만 진짜 피해자를 위해 고민하자)

by 통합메일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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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벌써 한 6년 전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그때는 아직 몸캠 피싱이라는 게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초창기였기 때문에 멋 모르고 당하는 피해자들도 상당히 많았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이 범죄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간 관계망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아주 악랄하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 혹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인간의 본질은 사회성 혹은 정치성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본질적 특징을 아주 잘 이용해 먹은 것이 이 몸캠 피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리는 간단하다.

1.페이스북 등과 같은 SNS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

2.영상 통화를 이용한 폰섹 유도

3.자위 영상 촬영

4.피해자의 휴대폰 해킹하여 지인 연락처 확보

5.피해자의 자위 영상 + 지인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협박

6.금품 갈취

7.지속적 갈취 - 끊임없는 갈취

8.유포

 

통신매체이용음란죄

4. 몸캠 피싱

그래 진짜 사람이 아니다.

진용진 유튜버가 이를 취재했는데 접근이 어려운 모양이다.

확실히.. 돈을 준다고 해서 저걸 무작정 지워주지는 않을 것이다.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돈을 최대한 뜯어먹을 수 있는 데까지 뜯어먹어야 지워주겠지.

아니 결국 마지막엔 유포할 것이다.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몸캠’에 낚인 남성들, 친구들이 내 영상 본다 생각하니…

온라인 채팅 통해 성적 영상 촬영 유도 대화 시작되면 ‘해킹 프로그램’ 심어져 휴대전화 연락처 빼내 영상 유포 협박 피해자 1만명 추산… 중고생 40% 최대 계속 돈 주거나 몸캠피싱 ‘앞잡이

www.seoul.co.kr

이걸로 자살한 사람도 있다.


내가 목격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날 나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다. 함께 초대된 사람들 중에는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나를 초대한 그 초대자는 다짜고짜 사람들에게 "OOO 영상입니다. 보세요."라고 말했다. 동영상 파일 하나를 첨부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바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해킹 파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최대한 조심조심 파일을 열었다. 동영상 파일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아는 지인의 모습이 녹화되어 있었다.

 

영상 속의 그는 매우 흥분한 모습으로 자위를 하고 있었다. 눈으로 입력되는 모습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목소리였다. 어쩌면 목소리가 없다면,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보면서 나는 이전에 그와 대화할 때마다 접했던 그의 목소리와 억양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의심할 수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몸캠 영상도 이처럼 본인임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제작되지 않을까.

 


당사자만큼은 못하겠지만, 그 채팅방에 초대되어 영상을 본 이들 역시 피해자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섣불리 넘고 싶지 않았던 선을 본의 아니게 넘어버린 이들 역시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갑자기 타인의 사적 영역에 던져진 자아 역시 충격을 받는다.

 

애당초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는 서로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거리라는 게 존재하는 법인데, 몸캠 피싱은 그러한 거리를 거세해 버린다.

 

모두가 알거나 짐작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확인하는 일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몸캠 피싱은 그러한 영역에 존재하는 지극히 사적인 것들을 공략한다.

 

당시에는 정말 큰 충격이었고, 대체 어쩌다 이런 영상을 찍게 되었을까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지금은 큰 문제 없이 당사자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이고, (결혼도 했다.).. 그 조차도 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현명한 처신을 노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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