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는 담배 끊은 이야기에 대해 적었는데 이번에는 술 끊은 이야기를 해볼만 하겠다.
이것도 어쩌면 환경 탓을 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집안은.. 친가나 외가나 술에 관대했고, 어르신들 모두 술을 즐기셨고, 어릴 때부터 술도 잘 주셨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도 술 많이 마셨던 것 같다. 많이는 아니고.. 그래도 명절에는 좀 제법? 하긴 뭐 옛날이니까.
가정환경을 보자면 어머니는 술을 입에 안 대셨으나 아버지께서는 퇴근 후 저녁에 소주를 한 컵씩 드시는 낙으로 사셨다. 취미도 없으니 그냥 그게 낙이었던 것 같다. 때로는 더 많이.. 그랬던 것 같다. 원체 내성적이셔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담배도 많이 하셨지.
매일 마신 건 아니고 나는 그래도 대학 때 참 술을 많이 마셨고 또 잘 마셨다. 집안 내력 덕분에 술을 꽤 잘 마시는 축에 속했다. 자랑이었다. 자랑거리라고 생각했고, 당시엔 그런 게 먹히는 세상이기도 했다. 그런 세대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부모님이랑 살 때는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다. 다시 말 해 매일 마시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뭐.. 일주일에 두세네번 마시는 수준은 됐던 것 같고, 주말에는 꼭 나가서 술 약속이 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네 이때부터 꽤 마셨네.
그런데 취직 공부를 위해 고시원 자취를 하면서 매일 마시는 술에 눈을 떴고, 이때 술이 확 늘었다. 정말 거의 매일 마셨다. 고시원에서 공부하다가 내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정말 그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날이 너무 많았다. 안주도 변변찮았지만 매일매일 소주 한 병씩 마셨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중에 취직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아버지랑 똑같이 매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야근이 정말 많아서 10시에 퇴근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는데 퇴근하면서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돌아가서 자취방에서 마시는 게 낙이었다. 내 몸에게는 참 못할 짓이지만 참 즐거웠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없었겠지만 당시에는 바보 같이도 좋았던 것 같다. 게임을 하는 것도 기준은 좋으니까.. 술도. 기준은 좋지. 근데 술은 영감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근데 사고칠 위험이 크고 몸을 많이 망친다.
그래서 이때 색다른 술에 좀 도전해보기도 했는데.. 화요 같은 안동소주라든지 아니면 데낄라도 시도해봤다. 신기하기도 데낄라는 안동소주와 굉장히 닮았다. 근데 데낄라 너무 많이 마시다가 한 번은 속을 다쳤다.
그러다 결혼하고 나서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집안에 장가를 들면서 삶이 많이 바뀌었다. 술에 대한 사고방식을 좀 많이 고쳐야만 했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분투했다. 소주가 아닌 맥주나 막걸리 아니면 와인으로 주종을 바꿨고, 횟수도 줄였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만... 마시고... 양도 줄였다. 만일 집에서 소주를 마신다면 한 병을 온전히 다 마시는 일은 없다. 많아야 반 병을 마신다. 어떤 날은 정말 소주잔으로 딱 한 잔만 마시는 날도 있다. 맥주는 큰 캔을 기준으로 둘이서 나눠마시곤 한다. 막걸리는 작은 한 병을 둘이서 나눠 마시며, 와인도 여러번에 걸쳐서 나눠 마신다. 특히 와인의 경우에는 숙성에 따라서 맛이 더 다채롭게 변하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소주는 바깥 회식 자리에서 주로 마시는 술이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덕분에 정말 회식 자리가 없어지면서 술과 멀어졌다. 대신 집에서 와인을 잘 마셨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술 마시기 힘들어서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밖에서 마시지 못하는 대신 집에서 혼술 하면서 폭음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자유주의 사회에서 타인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존중해야 하는 행위겠으나.. 술과 적절한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서 생각해보니, 취한 머리로 오래 살아가기에는 생이 짧고 귀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나는 필름이 좀 잘 끊어져서.. 술과 적정 거리를 유리하니까 필름 끊어지는 불쾌감이 없어서 참 좋은 것 같다. 휘발되고.. 태어나지 못하는 영감들이 애틋하나 좀 더 나은 방법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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