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제목에 비추었을 때 아무래도 철학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어떤 삶을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과정과 도착점이 기대된다.
그런데 책의 첫장에서부터 나는 무척이나 복잡한 기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놀 줄 모르고 일만 하는 일 중독자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를 읽다가 새벽 두시에 전화를 하는 사람으로 박원순은 소개되고 있었다.
이 책이 쓰인 것은 초판발행이 2013년이다. 헤아려보자면 2020년으로부터 칠 년 전의 이야기인데,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박원순이 생을 마감하고 그에게 상상조차 하기 힘들만큼의 치명적인 혐의가 씌워진 상황에서는 아주 옛날에 작성된 박원순에 대한 유시민의 평가가 어쩔 수 없이 어쩌다보니 박원순이라는 인간에 대한 회고의 성격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생전에 그가 사회적으로 얻어온 평판과 신뢰가 실로 지대하였기에 사람들은 그와 관련해 성범죄를 논하는 것에 대해 아직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정말 그런 일이 있던 걸까?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의 공개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믿기 힘들었다. 무작정 이를 부정하거나 사실관계에 대한 왜곡을 범하는 2차 가해를 조심해야 했지만, 그러한 폭로를 무작정 수용하는 것도 또한 고인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말을 아겼다. 자백이든 변론이든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당사자가 고인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2021년 1월 14일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는 언급을 제시했다. 분명 고인은 자신이 죽어버리면 기소가 성립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이라도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을 텐데 그러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냄새 맡고 싶어” “사진 보내줘”… 피해자가 털어놓은 박원순의 말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법원은, 피해자가 과거 정신과 상담 과정에서 ‘박 시장이 야한 문자와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간다고도 말했
n.news.naver.com
냄새 맡고 싶어, 사진 보내줘 등의 표현을 언급해가며 법원은 박원순의 행위를 확인했다. 서울시공무원의 성폭행 재판에서였다. (그런데 기사들을 보면 그가 한 것은 성추행이 아니라 성희롱인 것 같은데 그걸 성추행으로 표현하는게 과연 온당한 것인가? 아니면 고인의 명예를 위하여 표현을 골라낸 것인가?)
수사논란·사자명예훼손 고발…박원순 사건 재점화
수사논란·사자명예훼손 고발…박원순 사건 재점화 [앵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가운데 다른 사건 재판...
www.yonhapnewstv.co.kr
별개 재판서 "박원순이 성추행" 밝혔다고···수사 대상된 판사들
적폐청산연대는 전날(14일) 법원이 서울시 공무원의 성폭행 혐의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점을 문제 삼았다. 이
news.joins.com
이를 두고, 적폐청산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는 법원이 고인의 범죄행위를 공표한 것에 대해 위법이 있다며 법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하여간 법원에 따르면 하여간 그가 성범죄(그것이 성희롱이든, 성추행이든 간에 말이다.)를 저지른 게 사실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러한 자롬ㅅ을 저지른 것일까?
유시민에 따르면 그는 일벌레다. 의도야 알 수 없지만 그의 인생은 굉장히 오랫동안 서울시장이었다. 일에 빠져 살아가는 동안 그의 일상은 서울시장으로서의 삶과 분리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책에서 박원순을 언급했건만 유시민은 그를 이상적인 삶의 형태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원순의 삶은 재미가 없는 삶이라고 규정하고, 대신 크라잉넛을 소환한다.
<마음 가는 대로 살자>는 첫장의 제목처럼 정말 자신이 기꺼이 즐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박원순의 삶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역시도 그렇지는 못했다고 얘기한다.
일보다는 놀이가 삶에서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력하게 말한다. 그리고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렇게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또 그것의 진위가 드러나고 해석되는 과정에서 고인의 삶을 긍정하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책을 좋아했던 고인은 분명 자신이 언급된 이 책을 읽었으리라. 작가 유시민의 평가에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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