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끝나고 연휴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가서 툴루즈 로트렉 전을 관람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솔찬히 있었다. 주말에는 지옥일 듯.
포스터로 유명한 작가. 이런 전시는 아무래도 보통 작가의 전기를 소재로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근친혼으로 인해 육체 및 정신적으로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장애 수준의.. 청소년기에 허벅지 뼈가 부러져 성장을 멈춘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게 많지 않았을까. 하여간 살아 생전에 장애로 많은 고통을 겪었을텐데 죽어서도 여전히 장애로 소비되는 모습이 좀 씁쓸하고 송구하기도 했다.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선이 정말 좋고, 포착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더라. 관람을 하며 메모를 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촬영금지 구역에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찍고.. 수집하고..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중에 그걸 다시 돌아보..겠지? 어딘가에 가서 자랑하려고 찍는 건 아니겠지. 개인의 취향과 결단.
나는 그곳에서 내가 하는 생각을 기록했다.
Everything and always ugliness has its beautiful aspect. It is thrilling to discover them where nobody else has noticed them
I bought my freedom with my drawings
I have tried to do what is true and not ideal
Few men are endowed with the ability to see, And fewer people are given the ability to express it.
아무래도 여자가 대다수. 그림을 보는 사람이나 그려진 사람이나. 그림이지만 사진 같다. 순간을 포착하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제스처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들. 로트렉이 그린 사람들은 무성영호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무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몸짓과 입모양으로 그림에 얽힌 사연을 궁금하게 만든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허리를 활처럼 휘어뜨린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어두운 극장에서 은밀히 몸을 숨기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들숨처럼 채집했겠구나.
멀리서 도슨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다. 혹시 일전에 자코메티를 설명한 사람이 아닐까 궁금한다.
어쩐지 말그림이 많더라니,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어쩌면 그래서 나는 아까 발굽 같은 구두를 신은 여자를 본 걸까?
진도가 느리다 보니까 도슨트에게 따라 잡힌다. 불쌍한 사람이다. 죽은 다음에도 끊임없이 장애로 소비되는구나.
경청하는 군중 속에는 남자들도 꽤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남성과 여성의 속도 차이일 뿐이다.
아트샵의 상술은 대단했다. 포스트 카드 한 장을 2,000원에 팔았다. 대신 3장씩 묶음으로 5,000원.. 6장을 구입했고 만원을 냈다. 예전에도 이랬던가? 물가가 너무 오른 거 아닌가? 만원으로 엽서 여섯장 밖에 못 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구나.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사진을 찍는 대신 엽서를 사는 즐거움이다.
나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기에,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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