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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니체가 피히테의 국가주의 교육에 대해 갖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

by 통합메일 2019.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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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오랜만이야. 간만의 연락이 참으로 반갑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소영의 캠퍼스를 상상하게 된다! 분명 멋진 봄날이겠지?

 

소영의 질문은 늘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데, 그래도 이번 질문은 대강이나마 그 윤곽이라도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야 ㅎㅎ

 

일단 니체는 생철학자이며,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실존주의자로 분류될 수도 있는 인물인데, 그런 그가 비판했던 당대 독일의 교육 철학은 분명 국가주의 교육을 가리키는 게 아닐까해.

 

이와 관련된 사상가는 아무래도 독일 국민에게 고함으로 유명한 피히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 국가주의 독일 교육(혹은 국민교육)을 주장했는데, 주장의 요지는 애국적 시민을 육성하여 국가를 외침으로부터 보호하고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

 

교육사를 보면 국가의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되기 이전에는 사실 국가 주도의 공교육이라는 게 그렇게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히테의 사상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었어. 이를테면 국가가 교육을 통제해야 하고, 장학제도, 의무교육, 무상교육 같은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러한 교육은 국민 개개인이 개인적인 자아를 초월하여 국가적 자아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지.

 

보편성은 떨어졌지만, 다양성과 다채로움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탁월했던 사교육을 포기하고, 보편성을 증진시키고, 국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총력을 다해 교육적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국가주의 교육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지.

 

니체는 이런 교육 풍토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을거야. 왜냐하면 니체가 추구하는 인간은 대중 속에 매몰되는 존재라기 보다는, 차라리 그 어떤 윤리적 굴레나 고정관념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생의 의지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어린아이 같은 인간이었으니까 말야. 어린아이에게는 사실 충성을 바칠 국가도 없고, 늘 눈치를 볼 대중 같은 것도 없는 것이지.

 

이어지는 질문, 니체가 외고, 영재고, 과학고를 어떻게 생각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면, 사실 좀 애매하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재산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거나, 그런 차이를 의도적으로 평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능력이 없다면 없는 대로 삶을 즐기며 사는 게 옳다는 게 니체의 주장이거든. 그러니까 어떤 차이가 있다고 할 때 그것에 죄책감의 멍에를 씌워 일부러 끌어내리는 시도가 근원적 악이라고 보는 게 니체인 것이지.

 

사실 그러한 주장은 어떤 경우에는 매우 매력적으로 들리고, 어지간한 사람들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위안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기아,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살아가라는 요구는 분명히 무리라고 보여지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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