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은 금요일이었다. 물론 좀 번거로운 일이 많기는 했다. 그리고 기후의 측면에서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점심 무렵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입맛이 떨어지면서.. 체온이 확 오르는 느낌이었다. 메뉴가 문제였을까? 먹기도 전에 먹기가 싫었던 그 음식은 설렁탕 국수였다. 대체 설렁탕 국수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래도 어찌어찌 꾸역꾸역 정해진 몫은 다 먹었다.
근데 암만해도 몸 상태가 영 아니올시다 여서 체온을 재봤는데 37.5도를 넘었다. 헐? 몇 년만에 이 정도로 열이 오른 것은 처음이다. 그 동안 별달리 신경도 안 썼던 화상 체온계가 나를 아주 엄중하게 압박해왔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화상 체온계는 생각보다 민감하게 나의 체온을 짚어냈다. 혹시나 싶어서 다른 체온계를 이용해봤는데 그 녀석들을 화상체온계보다는 내 체온을 제대로 측정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체온계마다 측정 체온이 다르다 보니까.. 괜찮겠지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일단은 좀 버텨보기로 했다. 땡볕에 나가있던 시간이 좀 크리티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던 것이고, 일단은 속이 별로 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라기보다는 뭔가 식중독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좀 시원한 곳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다행히 많이 안정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체온은 마찬가지였다. 근육통까지 살짝 있었기 때문에 이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은 선별진료소에 가기로 결정을 했다.
청주에는 네 개의 구가 있고, 따라서 네 개의 보건소가 있다. 그런데 카카오맵으로 찾아보니까.. 보건소들은 심야에는 검사를 안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또 검색을 해보니까 청주의료원은 야간에도 24시간 검사를 하는 것처럼 나와 있길래 청주의료원으로 갔다. 그런데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청주의료원 선별진료소는 불이 다 꺼져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그냥 발길을 돌릴까 하다가 그래도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병원 로비 문을 열고 거기 앉아 계시는 분께 사정을 말씀드리니까 응급실 쪽으로 가서 물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건물 뒷편에 있는 응급실 출입구 쪽으로 갔더니.. 문..에 초인종 같은 게 달려 있었고, 그걸 누르니까 여자 간호사 분이 응답하셨다.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어떤 증상이 있냐고 물으시길래, 열이 나서 그런다고 말했고, 그 다음에는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고,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증상.. 수술 이력 등 기본적인 병원 문진과 비슷한 문진이 이루어졌다.
갑작스럽게 방문한 탓인지 준비하는 시간이 좀 걸렸고, 다시 전화가 와서 선별 진료소 쪽으로 이동해달라고 하기에 걸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열을 채고, 혈압을 재고.. 산소포화도 같은 것도 쟀던 것 같다. 손가락에 끼우고 하길래 산소포화도라고 생각했는데 맥을 잡은 것일 수도 있겠다.
열을 재니까 37.8도였다. 하아.. 이즈음 되니까 나는 이제 거의 포기한 상태가 되었다. 정말 코로나에 걸려버렸구나. 어쩌다 걸린거지. 짐작가는 게 없는데.. 그런 생각이었다. 검사하는 측에서도 내 체온이 심상치 않으니까 진짜 확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신지.. 약간 좀 더 긴장하고 검사를 진행했던 것 같다. 자리를 옮겨서 그.. 고무장갑 튀어나와있는 컨테이너 앞에 가서 입과 코에 검사를 진행했고, 빈 통에 침도 담았다. 가래침을 담아달라고 했는데 나는 가래가 없어서.. 그냥 침을 대충 담았다. 생각보다 침이 안 나와서 혼났다.
안내문이라고 줬는데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역시 동선.. 검사 받은 다음에 다른 데 가면 나중에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 ㅠㅠ 편의점 들러서 맥주라도 사서 가고 싶었는데 불가능하구나 ㅠㅠ
근데 진료비 계산서를 보니까 원래는 20만원 정도가 진료비였다. 보험이 많이 지원되어서 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만원 정도였다. 와우 보험 안 됐으면 와우.. 그나저나 이 정도면.. 전국적으로 코로나 검사에 소요되는 보험 비용이 장난 아니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는 오후 8시 경에 문자를 받았으니까.. 1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다음날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문자가 왔다. 어휴 음성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양성이라면 손실사항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음성이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럼 대체 왜 열이 났던 것인가? 라는 의문이 남기는 했으나 하여간 코로나가 아니라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뭔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좀.. 방역을 철저하게 잘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게 영원히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열이 한 번 나니까 지나간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미래가 갑자기 어두컴컴하게 변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열이 난다 하더라도 후각이 살아있다면.. 코로나가 아닐 확률이 좀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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