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성화로 챔픽스를 먹고 금연을 한지 60일이 됐다. 지난 구정 설날부터 벌써 60일이나 지났구나?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다. 알게 모르게 많은 것들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장소에 곁들여진 행위의 기억이다.
이제서야 나는 나의 일상이 반복된 공간에서의 반복된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을 루틴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루하루의 일상이 그러한 루틴으로 가득 차 있을 수록 금연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정해진 일과대로 아주 빠듯하게 돌아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경우에 그랬다. 때로 술자리 같은 일탈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것도 알게 모르게 은근히 주기가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맨날 가던 곳만 간다. 그렇게 똑같은 일상에서 뭔가 다른 일을 갑자기 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맨날 함께 이걸 할 때면 이 사람들이랑 같이 단배를 피웠는데.. 지금이야 말로 단배를 피울 타이밍인데.. 그러한 타이밍의 센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일상을 알차게 영위하기 위해서 발달된 능력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때론 좀 씁쓸할 때가 있기도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기에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또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 니코틴 수용체의 그릇을 닫아둔 상태다.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 챔픽스는 분명히 나에게 도움이 됐다. 주기적으로 의사를 만나는 행위, 그리고 챔픽스를 효과적으로 먹기 위한 타이밍을 고민하는 행위.. 흡연욕구가 닥쳤을 때 챔픽스를 먹으면 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것을 먹기 싫다는 반발감(메스꺼움이 있으니)이 양가로 밀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도달하는 종착역은..
그럼 담배를 안 피우면 챔픽스를 안 먹어도 되겠구나라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됐다. 3주차였던 것 같다.
참을만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맨날 아내랑 붙어있게 되어서 더 도움이 됐다.
때로 담배를 피운다고 엄포를 놓는 장난도 치지만 이내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진다.
사무실 책상 서랍에는 아마도(이것조차 확실하지 않을 정도의 경지인 것이다) 아직 피우다 만 담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는 게 바빠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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